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 등기우편물 국민참여재판 배심원 후기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 등기우편

어느 날 퇴근하고 집에 오니 미수령 등기우편 스티커가 붙어있었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 등기우편물
보낸분에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라고 적혀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랬습니다.

"왜 법원에서 나한테 우편물을 보낸거지?"
"살면서 죄짓고 산적이 없었는데"
"내가 잘못했다면 경찰에서 먼저 연락올텐데 왜 법원에서 연락이 왔지?"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더군요.
그러나 나중에 우편물을 직접 수령하고 나서 '국민참여재판' 대상자로 선정 되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 등기우편물 (2)
직접 수령한 우편물입니다.
법원은 사람의 심장을 철렁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습니다...
이런 제도가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 대상자가 제가 될 것이라고 전혀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으니 살면서 처음 받아보는 법원 우편물이었습니다.

우편물 내용에는 여러 서류들이 있었는데요.

  • 국민참여재판 참석 동의서 / 불참 사유서
  • 재판 사건에 대한 정보
  • 국민참여재판 진행 절차에 대한 정보
이 우편물을 수령했다면 반드시 지정된 날짜까지 참석이 가능한지 불가능한지 우편물로 제출해야 합니다.
우선 법적으로 대상자는 반드시 참석을 해야하며 부득이하게 참석을 못 할 경우 사유서를 작성하여 우편으로 보내야 하는데 '불참 사유서' 양식 서류도 이 우편물 안에 들어있습니다.

사건은 형사재판이었습니다.

저는 호기심이 생겨 일을 미뤄서라도 재판에 참여해보고 싶었고 동의서를 우편물로 보냈습니다.
우편물을 보낼 때 별도의 요금은 지불하지 않아도 됩니다.
우편 요금은 착불로 진행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국민참여재판 참석 동의서를 보내고 약 1개월이 지났습니다.


국민참여재판 당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재판 날짜가 되었고 오전 9시까지 지정된 법정에 도착해야 했습니다.
살면서 처음 가보는 서울중앙지방법원입니다.
내가 법원에 올 줄이야....
직접 보니 웅장하더군요.
건물이 굉장히 컸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서관
형사재판 법정은 본 건물의 서관에 위치해있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법정
법정은 생각보다 굉장히 컸고 엄숙한 분위기 였습니다.
법정에 입장할 때 소지품 검사를 하였습니다.

재판 진행과정은 아래와 같습니다.

국민참여재판 진행 절차

  • 국민참여재판 참석자 30명 중 7명을 선발하여 '배심원'으로 선정.
  • 선정된 배심원은 검사측, 피고인측 모두 동의하여야 함.
  • 배심원 미선정자들은 오전 10시 30분에 퇴실 가능.
  • 재판 심문 동안 배심원끼리 대화 일절 금지.
  •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서류와 검사측, 변호사측 심문 내용 서류 제공.
  • 증인, 피고인 심문에 대한 궁금한 점은 메모지에 적어서 판사님께 전달하면 판사님의 재량으로 질문을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음.
  • 증거물 열람에 대해서도 판사님께 요청하면 가능.
  • 증인과 피고인 심문을 모두 마치면 배심원 7인이 유무죄에 대한 토의 진행.
  • 배심원 7인 모두 만장일치가 나올 때까지 토의가 진행 됨.
  • 배심원이 만장일치로 유죄를 의결했다면 어떻게 처벌할지 양형 토의를 진행.
  • 배심원 토의 진행 과정 중 판사님이 법리적 정보를 제공해주실뿐 판사의 생각을 배심원들에게 밝힐 수 없음.

국민참여재판 배심원으로 선정 됨.
저는 운좋게도 배심원으로 선정되었고 모든 재판 과정을 보고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저의 아버지가 옛날에 민사소송을 하셨던 적이 있어서 아버지로부터 듣기로는 재판이 1시간도 안걸릴거다 라는 걸 들었었는데요.
막상 재판 과정을 진행해보니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고 법정 드라마에서 보았던거랑 거의 비슷했습니다.
검사님과 변호사님이 배심원들을 설득하기 위해서 PPT를 띄워 발표를 합니다.
재판에 참석하기 전에는 형사재판이라서 뻔한 판결이 될 거라고 예상했었으나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검사측 주장도 설득력이 있었고 변호사측 주장도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모든 심문을 마치고 배심원들끼리 유죄를 할지 무죄를 할지 토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의견이 서로 갈라졌습니다.
만장일치 의견이 나오지 않자 재판부에서 판사님이 배심원 회의실에 방문하셨고 이 사건에 대하여 어느 측면을 보고 판단해야 하는 지에 대해서 정리를 해주셨습니다.

판사님의 정리 내용을 듣고 다시 배심원들끼리 토론을 진행했고 만장일치 의견이 나왔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그렇게 판결 선고까지 본 후 법원을 나오자 밤이 되었습니다.
재판을 마치고 제가 느낀 점은 이렇습니다.

  • 재판 무진장 길다...
  • 처음에 사건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 재판이 진행되면서 자연스럽게 사건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 부정행위 우려로 배심원들은 이동이 통제되어 답답하다. 지정된 장소 외에 이동 금지. 그렇지만 어쩔 수 없다.
  • 배심원들끼리 토론 시간 외에 대화가 금지 되니 답답하다. 다른 배심원들도 말 한마디도 못했다.
  • 점심, 저녁 식사를 모두 법원에서 제공해주신다. 밥맛은 좋았다.
  • 내 결정에 한 사람의 인생이 결정될 거라는 생각을 하니 집중하게 된다.
  • 법알못이었던 내가 법관련 지식이 +2 상승하였다.
  • 법알못이지만 배심원 제도가 있어서 청렴한 재판을 기대할 수 있었다.
결론은 재판이 늦게까지 진행되어 피곤했지만 인생에 의미가 큰 경험이었습니다.
재판 과정을 통해 제가 몰랐던 법적 지식을 습득할 수 있었고 내가 만약에 재판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대처를 해야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이런 좋은 기회를 제공해주신 법원, 국민참여재판 참여자들에 안내를 도와주신 법원 직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정말 배심원분들을 안내하시느라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밤늦게까지 일하시더군요.

국민참여재판 기념품 보조배터리
모든 재판이 끝나고 기념품 선물로 보조배터리를 주셨는데 매우매우 잘쓰고 있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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